WBC“왜 조국 위해 수억 달러 위험 감수해야 하나” 美슈퍼스타 성조기 반납 논란 일파만파, WBC 개최 시기 도마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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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후광 기자] 개인의 영달을 위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1경기만 소화하고 성조기를 반납한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즈). 그런데 미국 언론은 논란의 본질을 스쿠발이 아닌 WBC 개최 시기로 바라봤다.
미국 CNN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스쿠발을 둘러싼 논란은 WBC가 이제 정말 중요한 대회가 됐음을 보여주며, 동시에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과제를 만들고 있다”라며 스쿠발의 소속팀 복귀와 WBC 개최 시기의 상관관계를 심도 있게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스쿠발은 당초 WBC 영국전 1경기만 나서기로 합의를 하고 미국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리고 지난 8일 휴스턴에서 펼쳐진 B조 조별예선 영국과의 2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2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스쿠발은 경기 후 “미국 대표팀에 남는 걸 고려하고 있다”라며 추가 등판을 암시하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으나 계획 변경 없이 디트로이트 스프링캠프로 복귀했다.
명예보다 돈을 택했다며 수많은 질타를 받은 스쿠발. 그러나 CNN의 의견은 달랐다. 매체는 “WBC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스프링캠프 기간 메이저리그 소속팀을 떠나 국가대표팀에 합류해야 한다. 이는 야구의 국제적 인기를 높이고, 선수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 구단들이 기꺼이 받아들이는 희생이기도 하다”라며 “그 대가로 선수들은 6개월 간 함께 시즌을 치르는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중요한 시간을 잃게 된다. 또한 162경기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건강 상태와 컨디션을 관리해주는 트레이너와 팀닥터들과도 떨어져 있어야 한다”라고 현실을 짚었다.
대회 초창기 때만 해도 미국 선수들은 WBC를 상당히 위험한 대회로 인식했다. 투수들의 경우 시즌 초반 너무 강하게, 또 너무 많은 공을 던질 경우 부상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은 2026년 대회 이전까지 최고의 투수들이 스프링캠프에 남고, 비교적 덜 유명한 투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야구 종주국인 미국이 2006년 시작된 WBC에서 2017년 단 한 차례 우승에 그친 이유다.
이전과 달리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초호화 드림팀을 구성했다.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스쿠발과 폴 스킨스가 모두 합류했고, 스쿠발의 경우 일찌감치 1경기 등판 이후 소속팀 복귀를 선언했는데 막상 경기를 뛰어보니 이전과 다른 대회 분위기에 추가 등판을 고민하게 됐다. 그 동안 팀보다 개인을 우선시 여겼던 메이저리그 슈퍼스타가 국가관을 몸소 느끼게 된 것이다.
스쿠발은 “이 대회는 내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전혀 몰랐다. 지금까지 가슴에 USA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어본 적이 없다. 별과 줄무늬가 있는 미국 유니폼을 입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정말 특별했다. 처음에는 올스타전 같은 분위기를 예상했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라며 “지난 며칠 동안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어떻게든 더 던지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휴대폰을 보면서 '달력을 바꿀 순 없을까',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미룰 순 없을까' 계속 고민했다. 하지만 그런 힘은 나한테 없다”라고 한탄했다.
현지 매체는 이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을 WBC 개최 시기로 바라봤다. CNN은 “WBC는 항상 다음 시즌 준비기간과 겹친다. 대회 규정에 따라 투수들은 승리를 위해 모든 능력을 완전히 쏟아낼 수도 없다. 부상으로 소속 구단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경기당 투구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라며 “이 때문에 선수들은 대회에 절반만 참여하는 듯한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가령 킬리안 음바페, 리오넬 메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민 야말과 같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이 월드컵 한 경기에 30분만 뛰는 걸 상상하긴 어렵다. 그런데 WBC에서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스쿠발 같은 선수들도 분명 WBC를 가을야구처럼 대하고 싶은 욕구가 분명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쿠발 같은 선수들이 조국을 위해 수억 달러의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다는 현실에 마주하면서 메이저리그는 WBC 일정과 운영방식을 다시 검토해야할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스프링캠프 기간에 대회를 개최하는 게 비교적 편리한 해결책이었으나 최고 선수들이 조국에 영광과 자부심을 안기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WBC를 언제 개최해야 스타플레이어들이 대회에 온 힘을 쏟아 부을 수 있을까. CNN은 “WBC를 여름 올스타 휴식기로 옮기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아니면 조별리그는 스프링캠프 기간에 진행하고, 토너먼트 라운드는 여름에 개최하자는 의견도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WBC를 이제 더 이상 전세계에 야구를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로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이 대회를 단순한 이벤트로 생각하지 않고, 매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CNN은 “선수들이 보여주는 열정은 포스트시즌과 맞먹거나 어쩌면 월드시리즈보다 더 강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열정은 미국에 직접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 마치 전 세계 야구가 미국에게 이렇게 묻는 것과 같다. ‘우리는 모든 걸 걸고 싸우고 있다. 당신들도 그럴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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